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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국립한국문학관을 망우리공원으로!
정부는 국비 446억 원을 투입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의 후보지를 올 상반기에 선정할 예정이다. 간단히 말해 국립한국문학관은 문학 중심 박물관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966년에 근대문학관이 설립되었는데 국립(근대)문학관의 존재 여부는 문화 선진국을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립문학관의 유치를 위해 전국의 지자체가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평가의 항목과 방식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서로가 최적지라며 주장하며 지자체의 장은 물론 시민추진위원회도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곳 망우리공원이 문학관의 최적지인가? 지역민의 인식 공유를 위해 이 글을 기고한다.
고인의 자취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은 고인의 생가가 아니라 묘역이다. 유명인사의 사망 후에, 유족과 친지는 어떻게 하면 고인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여 비문에 새길 글을 짓거나 비석의 모양을 고른다. 망우리에 있는 시인 박인환의 비석에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고 새겨진 글이 세월의 풍상에 바란 모습으로 시적 풍취를 자아낸다.
그렇게 묘와 비명으로 우리에게 말을 전하는 문인들이 망우리공원에는 12명이나 있다. 시인으로 김상용, 박인환, 한용운이, 소설가로는 계용묵, 김말봉, 김이석, 최학송이 있고, 극작가로는 이광래, 함세덕이, 아동문학가로 강소천, 방정환, 최신복 등이 있다. 대부분이 당대 그 분야 최고의 문인들이다. 그들만으로도 한국 근현대 문학의 상당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문학가 외로도 미술가 이인성, 이중섭, 권진규, 가수 차중락, 서화가 오세창, 사학자 문일평, 언론인 장덕수, 설의식, 영화감독 노필, 국어학자 지석영, 박승빈, 교육가 오긍선, 박희도, 박은혜, 정치가 조봉암, 이병홍, 이영준이 있으며 안창호(비석)와 유상규 등의 독립지사도 다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척자요 선구자였던 이들 40여명은 위의 문인들과 직간접의 인맥으로 얽혀 있으며 그 시대 문학의 주연 및 조연, 그리고 배경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시를 좋아하는 이중섭은 박인환의 친구이며, 박인환의 친구 시인 이봉래는 조봉암의 사위이고, 화가 이인성은 방정환이 개최한 세계아동예술전람회에 특선을 입선하여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방정환의 묘비는 오세창이 썼다.
망우리공원은 1933년에 개장되어 1973년에 폐장, 40년의 역사가 액자처럼 잘라져 보존되어 있다. 혼란의 조선말, 치욕의 일제강점기, 해방 후의 좌우 투쟁과 6‧25전쟁, 그리고 폐허 속에서 이룬 한강의 기적 등, 한반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격동적인 역사가 이곳에 담겨 있다. 더구나 지금의 선진한국의 뿌리가 그곳에 있기에 이곳은 더욱 소중하다. 문학이 다양한 인간의 삶 모두를 담아내듯, 망우리는 독립지사 외로도 좌파도 있고 일본인도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근현대의 축소판이요, 근현대의 박물관이다.
우리가 무심하게 방치하면 그들은 죽어 말이 없지만, 우리가 찾고 기리면 그들은 살아나서 말을 전한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전시대를 아우르지만 아무래도 주목적은 ‘근현대’ 문인의 흔적을 모으고 연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우리 근현대 문학의 성지와도 같은 상징성을 가진 망우리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서 그들을 찾고 기리고 공부하여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서울시는 망우리공원의 인문학길 조성 공사를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인문학길 ‘사잇길’은 자연 경관 조망 및 묘지 속의 사색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격동적인 근현대사를 살다간 유명인사 50여명과 서민의 이야기를 비명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조성된다. 명상과 치유를 위한 숲속의 공간도 세 곳이 만들어지고 능선에는 한강과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세워진다. 그리고 현재 관리사무소 자리에는 망우인문학공원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설의 조성도 논의되고 있다. 망우리공원의 이러한 인문학적 인프라를 문학관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상징성과 연계성, 접근성 등의 모든 관점에서 망우리공원은 국립한국문학관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었는데 현실적으로는 좀 늦어질 듯하다. 서둘러 지자체와 시민이 손을 잡고 유치 활동에 나설 때다.
김영식(53세). 작가·번역가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2009 문광부 우수도서) 저자. 2009년 4월 저서 출간 이후 망우리 관련 실내강의와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망우리공원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제안하여 산림청장상(2012,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과 서울스토리텔러대상(2013, 서울연구원)을 받았고 서울시의 망우리공원 인문학길 조성 연구(2014)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메일: japanl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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