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료원 가임센터 이현주 과장

2013년 개봉한 영화 <관상>은 사람의 얼굴만 봐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조선 시대 천재 관상가가 있었다는 설정으로 계유정난이라는 실제 역사에 관상이라는 허구를 넣은 참신한 스토리 전개를 통해 900만 관객이 관람하는 큰 흥행을 거뒀다.

영화에서 보면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관상가는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 앞으로의 운명까지 예측하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였다.

오랜 시간 난임 전문의로서 많은 환자를 보면 이 사람이 임신하기가 쉬운지, 아니면 난임 시술이 필요한지 알아차릴 수 있다. 다만 관상가는 얼굴을 보지만 난임 전문의는 자궁과 난소, 그리고 나팔관의 이미지를 통해 임신할 상인지 판단한다.

그럼, 여성의 몸 안에 있는 자궁과 난소, 나팔관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초음파 장비를 통해 그 모습을 의사는 알아볼 수가 있다.

제일 먼저 자궁과 자궁내막을 보는데, 자궁내막이 얇거나 유착이 있다면 일단 임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자궁에 이상이 있다고 임신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영화에서는 자기의 관상을 바꿀 수 없었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자궁의 상을 바꿀 수가 있다. 자궁내막에 용종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여 깨끗한 자궁내막을 볼 수가 있다. 자궁근종의 경우 여성의 절반이 갖고 있지만 임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근종의 위치와 크기를 판단하여 그대로 임신을 진행하거나 복강경 수술을 통해 제거가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난소를 본다. 난소 나이(AMH)와 기저난포의 수는 정비례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난포 숫자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 역시 떨어지면서 임신 가능성이 낮아진다. 난소에 혹이 생겨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도 많은데 특히 자궁내막증의 경우에는 난소혹 뿐 아니라 복강 내 유착을 일으켜 생리통과 난임을 유발한다. 혹의 크기와 난소 나이를 고려하여 수술을 고려하는데 문제는 자궁내막증은 수술이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혹의 크기가 수술하기 애매하거나 진행이 더딜 경우 임신이나 난소나이에 더 영향을 끼칠 경우가 많아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이나 미혼 여성들은 꼭 초음파 검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나팔관을 영상을 보는데 많이들 알고 있는 나팔관 촬영이다. 양쪽 나팔관이 잘 개통되어 있는지 보는 검사이다. 통증이 심한 검사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에는 통증이 덜하고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는 나팔관초음파검사(Hycosy)도 있다. 나팔관에 이상이 있다면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고, 한쪽이 막혔더라고 자연임신을 시도 하는데 문제가 없다. 난관이 양쪽 모두 폐쇄되었고 수술로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시험관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 2,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9.4%가 난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난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유산 경험과 나이, 그리고 비만을 꼽았는데 인공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나 높았다. 나이 역시 난임의 중요한 요인인데 30세 미만의 난임률은 14.2%, 30~34세는 17.4%였으나, 35~39세는 28.8%, 40세 이상은 37.9%로 급격한 난임률 상승을 보였다. 그리고 체질량 지수(BMI) 23kg/㎡이상의 과체중 여성은 그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도가 1.6배가 높았다.

난임 검사(여성호르몬 검사, 나팔관 촬영, 남성 정액검사)는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을 경우, 여성의 나이 35세 미만에서는 1년, 35세 이상에서는 6개월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권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장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없는 여성이더라도 항뮬러관호르몬(AMH)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접적으로 난소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AMH 검사는 피를 뽑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으며 난소 나이가 본인의 실제 나이와 비교해 차이가 크게 난다면 난임 전문의에게 상담 받으면 된다.

난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미리미리 가임센터를 방문하여 큰 문제 없이 임신이 가능한 상인지 확인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와 함께 해결해 보자.